전남교육청 첫 여성사무관. 1970년 공직에 몸 담은 그녀는, 1998년 사무관 시험에 합격하고 1999년 임관했다. 지난해 6월 공직을 떠날때까지 전남교육청 여성사무관 1호라는 꼬리표가 그녀에게는 ‘왕언니’로서 책임감을 가지도록 했다.
앞으로 공직을 떠날 후배 여직원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그녀는 갤러리에 다실을 만들었다. 누구나 격없이 찾아와 차 한잔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되길 바랬다.
- 혹시 전화기가 고장났나?
갤러리 벽면에는 그녀의 사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녀가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사무관 시험을 마친 후.사무관 시험을 준비 할 때는 근무 시간 외에 공부를 했는데, 합격하고 나니까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여가시간에 뭘 해야 하지 고민하다 배우기 시작한게 사진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퇴직후의 일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퇴직 후를 미리 대비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어느 고위직 공무원이 퇴직하고 나니까 전화가 안 오더래요. 그래서 ‘전화기가 고장났나’하고 전화기를 들여다봤다 하더라구요. 퇴직전과 퇴직후의 삶이 너무나 다른거죠.”우스게 소리였지만 그녀는 웃어 넘기지 않았다.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니, 정년하고 나서 급격하게 늙어버리는 선배들이 많았다. 그래서 무엇인가 준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가족 모두가 화가에요. 남편은 문인화를, 아들과 며느리도 한국화를 전공한 화가에요. 모두 그림을 그리는데, 나는 늙어서 벽만 보고 지낼 수 없잖아요. 평생을 즐길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싶었지요.” 그래서 배우게 된 것이 사진이었다. 그녀는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즐겼다.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이 본 세상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면 좋겠다 결심했다.
- 렌즈에 비친 또 다른 세상
사진을 배울 곳을 물색하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사진 촬영법을 배웠다. 처음에 몇 개월 이론을 배우다 처음으로 야외 촬영을 나갔다. 그때 강사가 망원렌즈로 무언가를 촬영해 카메라 렌즈를 보여줬다.
“멀리 있는 솔잎을 망원렌즈에 담았어요. 솔잎에는 이슬방울이 맺혀있었고, 주위는 아웃포커스로 은은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어요. 그걸 보는 순간, ‘아, 렌즈로 보면 또 다른 세상이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부터 사진에 빠져 문화센터를 3년이나 다니면서 사진을 배웠다. 그리고 좀 더 사진을 배워야겠다는 욕심에 광주대 사진학과 야간에 편입했다. 직장 때문에 매일 갈수는 없었던 탓에 3년만에 졸업했다. 그리고 사진에 대한 안목을 조금씩 키웠다.
“사진은 예쁜것만 찍는 것은 아니에요. 손만 찍는 사람도 있고, 쓰레기만 찍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사진에는 무궁무진한 다양한 세상을 담을 수 있지요.”그렇게 사진을 시작한 그녀는 정년퇴임을 기념하면서 사진전을 열고 사진집을 발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소한 10여 년은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나름의 내 각도에서 보는 세상
막상 퇴직을 앞두고 보니까 사진이 너무 많아 고를 수 없었다. 그래서 매년 주제를 정해 전시회를 열고, 사진들을 하나 둘 골라 칠순때 사진집을 내기로 했다. “사진집은 내 명예를 위해서 발간하고 싶은게 아니에요. 언젠가 후손이 ‘이런 할머니도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남기고 싶어요.”
그렇게 지난 2010년 첫 사진전을 시작으로 다섯차례의 사진전을 개최했다. 앞으로도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해 매년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요즘은 사진작가 대부분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지만, 그녀는 지금도 고집스럽게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한다.
“잘 모르겠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고 예전 카메라와는 분위기와 느낌도 다른 것 같아요.” 그녀는 사진 보정도 하지 않는다. “보정하거나 트리밍하면 더 좋겠지만, 그냥 이대로가 내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감없이 내가 찍은 그대로 사진을 뽑아요. 나름의 내 각도에서 보는 세상을 필름에 담고 싶어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사실, 퇴직 후 그녀에게 가장 행복을 주는 것은 사진이 아니다.
일주일에 3일, 그녀는 금호평생교육관에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을 위해 한글교실 보조로 봉사활동을 전개한다. 최근에는 연금공단에서도 연락이 와서 일주일에 세 번 첨단종합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연금공단에서 봉사해달라고 연락왔을 때 너무 기뻤어요.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아직은 내가 건강하니까, 어디선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돕고 싶어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생각하면 노년에 복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봉사가 더 뿌듯하고, 행복감을 준다는 그녀. 그녀는 배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한달에 두 번 광주전통공예학교서 천연염색을 배우고, 일주일에 두 번 광주여성발전센터서 아이옷 만드는 과정을 배운다. 벌써 손녀에게 20벌 남짓의 옷을 선물했다. 시골집에는 텃밭을 가꾸며 하루 하루를 바삐 보낸다.
- 행정을 답습하지 말아야
인터뷰를 마칠 때, 그녀는 공직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내일보다, 어제보다, 오늘이 중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지요. 최선을 다해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60대 이후 어떤 삶을 가꿔 나갈지 준비해야 합니다. 젊을 때 나 자신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그녀는 공무원들의 삶이 너무나 틀에 박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문화와 예술,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그리고 마지막 전한 한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공직자들은 행정을 답습하려 하지 말고,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2026.10.16(금) 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