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연예 소식-서육남

2016-01-22(금) 17:52
소외된 이웃을 위해 노래하는 가수 서육남씨

날 키워준 사회에 노래로 보은할 뿐

1984년 '행복한 기억밖에' 라는 곡으로 데뷔해 KBS 가요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던 가수 서육남씨. 한 때 수많은 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던 그이지만, 그를 '가수 서육남'으로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전쟁고아라는 아픔을 딛고 올라선 길이었기에 화려한 가수가 아닌, 지난날 그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처럼 어려운 이들의 곁에 머무는 봉사자의 길을 택한 까닭이다.

서육남 씨는 전쟁고아 출신이다. 이름도, 생년월일도, 가족도 없이 시작한 삶이었다. 이름도, 생년월일도, 가족도 없이 시작한 삶이었다. 시립아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유를 먹여주던 기억, 고아원에서 낯선 사람들이 가끔 찾아와 이름과 나이를 묻던 기억이 유년시절 추억의 다다.

그럼에도 서육남 씨가 원망보다는 희망을 쫓아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상동소년촌에서의 기억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원장님과 교사들로부터 사랑의 인내를 배웠고, 상동소년촌이 있던 난지도는 4계절 내내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었다.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도와준 사회가 고마웠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원 봉사를 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자원봉사를 하려면 먼저 성공해야 했다. 노래를 곧잘 했던 그는 가수의 꿈을 키웠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수십 개가 넘는 직업을 거쳐 왔다. 틈틈이 기자촌, 의정부, 동두천 등 미군 기지 근처 업소에서 그룹사운드로 활동도 하면서 작사, 작곡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렇게 바닥부터 차근차근 힘겹게 거머쥔 것이 '가수'라는 타이틀이었다. 그러나 그는 주저없이 그 타이틀을 놓아버렸다. '가수 서육남'이 아닌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봉사하는 가수 서육남'으로서 삶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4년에 '이곳에 사랑을'회를 만들고 상동 청소년 돕기 자선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쉼 없이 이웃을 돕기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부모 대신 사회가 저를 이만큼 건강하게 키워주었으니 제가 할 수 있는 노래로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지면 언젠가 꼭 저처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시설 아동 돕기 공연, 근로 청소년 및 불우 청소년 돕기 공연, 독거노인 초청공연, 장애인 복지기금 마련 공연, 교도소 위문공연 등 서육남 씨가 매해 4~5차례 열어온 공연은 어느덧 1천여회를 훌쩍 넘겼다.

1988년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대한해협 도영에 성공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세간의 비웃음을 딛고 행사에 참가한 장애인들은 총 88km 거리를 24시간 16분 동안 헤엄쳐 건넜다. 훈련을 하며 함께 울고 웃던 기억, 기어이 해낸 후 기적을 이룬 듯했던 그 날의 행복한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1986년~1987년에는 전국 공단을 돌면서 근로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을 했다. 그들에게 전쟁고아였음을 밝히고, 거쳐 온 수많은 직업과 어려움을 이겨냈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연이었다. 아직도 당시를 회상하며 보내오는 오랜 팬들의 편지를 받을 때면 마음 한편이 뭉클해진다고. 삶을 송두리째 내주었음에도 그저 행복할 수 있는 서육남 씨. 어려운 이웃을 위한 공연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들로 인해 더 많이 배우면서 기쁘고 행복하다는 그의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퍼진다.

서육남씨의 공연에서 가장 큰 특징은 입장권이 없다는 것과 공연장 입구에 모금함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모금함 안의 돈은 고스란히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된다. 해바라기, 노사연 등 동료가수들이 무보수로 도와줬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회원이 되어 함께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서육남씨의 봉사 손길은 비단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가 이끌고 있는 '이곳에 사랑을'회는 세계에서 앞장서는 봉사단체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6개국에 지회가 설립되어 있으며, 3~4년 내에 100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종교와 국가, 인종, 문화, 이념을 초월해 한가족이 되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이곳에 사랑을'회의 목적이다.

지난해에는 한,중수교 1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베이징에서 열었다. 요즘에는 한미동맹 55주년 기념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또 6.25 참전 16개국을 순회하는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5집 앨범 발매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밝은 미래의 KOREA', '우리 사랑으로', '더 좋은 내일이' 등 전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몇몇 곡은 영어, 중국어 등으로의 번역도 마친 상태. 세계 모든 사람들이 손잡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봉사자로서의 희망이자 동시에 '가수 서육남'의 희망이 담겨 있는 앨범이다.

서육남씨의 아름다운 봉사를 위한 노래가 다시 꽃망울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태로 그 향기를 마음껏 뿜어 낼 날을 기대한다.


<출처 : 서울의회 제 116호 2008.07/ 글 서경혜(자유기고가), 사진 김정현(서울의회 기자)>
최예빈 ybchoi9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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