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2021-11-15(월) 02:18
사진=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당시 담당 검사로, 고문을 한 가해자라고 강씨가 지목한 곽xx 전 의원
[신동아방송=조도환 논설위원] "나는 진실을 소리 높여 말할 것입니다. 나는 진실을 말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의무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며, 나는 저들의 공범이 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전진하는 진실, 192쪽)

“대통령 각하, 저는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정식으로 재판을 담당한 사법부가 만천하에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제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제 의무는 말을 하는 겁니다. 저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만일 제가 공범자가 된다면, 앞으로 제가 보낼 밤들은 유령이 가득한 밤이 될 겁니다.”
(나는 고발한다, 중)

19세기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의 진짜 간첩임이 밝혀진 에스테라지 소령은 무죄로 석방되고, 드레퓌스가 무죄라는 물증까지 내놓았던 피카르 중령이 투옥되자, 당시 대통령 펠릭스 포르에게 보내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격문을 1898년 1월 13일 ‘로로르’지에 발표한다.

에밀 졸라 등 수많은 지식인들과 ‘르 피가로’ 등 진보언론에서 드레퓌스의 무죄와 에스테라지 처벌을 요구했지만, 반유대주의에 휩싸인 가톨릭 세력, 군부세력과 결탁한 언론들은 '드레퓌스 죽이기‘를 멈추지 않았고, 지식인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1899년 9월 9일 재심이 열려 10년형이 선고되었으며, 같은 달 19일에 드레퓌스는 대통령 특사로 석방된다.

그 후 1904년 드레퓌스에 대한 재심이 청구되었고, 1906년 마침내 무죄가 선고되고, 모든 혐의를 벗고 복권된 드레퓌스는 소령 진급과 함께 육군에 복직해선 1차 대전에 참전해 ‘조국 프랑스’를 위해 싸우기까지 한다.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가 왕당파, 반유대주의 가톨릭과 군부세력, 부패 언론에서 벗어나 프랑스 혁명 당시 선언한 ‘인권선언’ 정신으로 거듭나며, 자유, 평등, 박애로 표현되는 오늘날의 프랑스가 되는 계기가 된다.


20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드레퓌스 사건을 21세기 대한민국의 ‘유서대필 조작사건’과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가 어둠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지만, 한국은 검사들 그늘에서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어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1991년 6월 24일 검찰에 출두한 첫날부터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10여 명의 검사와 수사관으로부터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가 시작되면 이틀씩 잠을 안 재우고 진술을 강요하고, 의자에 앉지도 못하게 하고 선 자세로 조사를 받기도 했고, 검사나 수사관은 모욕적인 말과 행동, 때로는 손찌검까지 했으며, 그 과정에서 협박과 회유를 하기 도 했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저의 가족과 여자 친구를 거론하면서 구속 운운할 때였다. 나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물리력은 참을 수 있었지만, 나로 인해서 받은 가족들의 상처는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멍에였다"
(강기훈, 2006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술한 내용 중 일부)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노태우정권은 진압경찰의 시위자 쇠파이프 살해사건과, 이로 촉발된 대학생들의 연이은 분신자살 정국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하며, 민주화 세력에게 붕괴수준의 치명상을 입히고 정치검찰 지배를 공고히 한, 현대사 최악의 조작사건으로, 한국은 아직 이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강기훈씨는, 24년만인 지난 2015년 5월에야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2017년 7월 법원은 강씨에게 국가의 민사 보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하지만, 국가와 문서감정인의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했을 뿐, 위법수사를 했던 수사검사들과 그 배후의 책임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고문을 자행한 곽상x 검사에게 책임을 묻자, ‘막내 검사라. 책임 없다.’고 변명하다, 강씨가 고문의 당사자로 곽의원을 특정하자, 당시에는 잠 안 재우고 수사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뻔뻔한 궤변으로 일관했으며,
당시 수사라인은 법무부 장관 김기춘과 수사 책임자 정구영 검찰총장, 강신욱 서울지검 강력부장(전 대법관), 남기춘, 곽상도 검사로,
조작에 관여한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당시 조작된 증거로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도 아무런 처벌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들은 군사정권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어떤 자들은 전관을 내세워 호위호식하고, 어떤 자들은 국회의원으로 ‘50억의 퇴직금’은 정당하며, ‘50억의 퇴직금을 주도록 설계한 자가 주범’이라는, ‘잠 안 재우고 수사하는 것이 관행’이란 뻔뻔함에 이은 해괴한 핑계를 대고 있다.

그래서 담당검사들과 그 배후의 처벌이 없는 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드레퓌스 간첩조작사건’과는 다른 현재 진행형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곽상도의 30년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재조명해야 한다.
오랜 '억울함' 안고 살았던 강기훈씨의 인생 누가 책임지나, "잠 안 재우기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2021.10.01. 뉴스프리존)


드레퓌스 사건을, 군부와 왕당파, 반유대주의 가톨릭의 요구대로 확대, 선동한 것은 그들과 손잡은 부패한 언론이었고,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악의적으로 퍼트리며 확대, 재생산한 것도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한 언론이었다.

진실은 밝혀지기까지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
우린 아직 그 대가를 치르지 못했으며, 부패언론의 횡포에 진실을 멈추게 해선 안 된다.

우리는 ‘고발’할 것이 너무 많아 힘겨운, ‘전진하는 진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인성교육연합

조도환 논설위원 smspd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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