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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란 이름의 국가 살인

2021-11-12(금) 11:51
사진=국가의 지원이 전혀 없는 청년 간병의 실태를 다룬 MBC뉴스, MBC뉴스화면 갈무리.
[신동아방송=조도환 논설위원] 무형문화재 보유자 바로 전 단계인 '전수조교'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동해안별신굿을 강의하던 ‘전수교육조교’ 김정희씨는 2019년 12월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강사법'으로 불리는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한예종’이 강사 임용 기준을 '전문대 졸업 이상'으로 바꾸자, 학위 없이 평생 노래만 불렀던 그는 강사채용 지원기회 조차 얻지 못하게 되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유연하지 못한 법집행이라는 비난이 일자 교육부는, "한예종은 '각종학교(各種學校)'로 유연한 교원임용이 법적으로 보장된 상태"라며, "강사법 시행으로 학위가 없는 관련 분야 전문가를 임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국민족춤협회가 "김정희 명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며, 책상머리에 앉아서 펜대를 휘두르는 자들이 이번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라는 성명을 내고 이를 규탄했다.

‘강사법’이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대학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의 임용 기간과 최소 3년간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2011년 국회를 통과한 뒤 2019년 8월까지 7년 이상 시행이 유예됐으며, 강사들의 우려대로 ‘강사법’ 시행 뒤 대학을 떠난 강사가 2만명이 넘었고, 생계가 막막해진 강사 중 전업실패로 삶을 등진 이들이, 뉴스에 나오지만 않을 뿐이지 한둘이 아니라고 강사협회의 한 관계자가 밝히기도 했다.

국가가 강사법으로 강단을 떠나는 강사들의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으며 대책 또한 마련하자 못한 것이다.

('강사 해촉' 전통예술인의 죽음…막을 길은 없었을까
강사법 시행 앞두고 채용제도 변경하면서 '전문대 졸업 이상'으로
주변인들 "평생 노래만 하고 살던 분…차선책 찾을 시간 줬어야"
2019-12-21 연합뉴스)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아버지를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아들(22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전적으로 피고인의 보호가 필요로 했던 아버지를 방치해 살해한 것, 패륜도가 심해 비난 가능성이 큰 점, 피고인 아무런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아버지 기약 없이 간병해야 하는 부담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고 한다.

1심은 ‘피고인의 적극적인 행위로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포기와 연민이 공존하는 상태로 보이며, 피고인이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4년형을 선고했고,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입원치료비가 없어 퇴원하게 됐으며, 아들 역시 마땅한 생계수단 없이 반신불수의 아버지를 2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야 하고, 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까지 체크해야 하는 등 간호사 수준으로 평생 돌봐야 한다는 부담과 경제적으로 힘들어 “돌아가시게 놔뒀다”고, 경찰에서 진술해 존속살해 혐의가 적용됐다고 한다.

('간병 살인' 논란 20대, 항소심서도 징역 4년
2021.11.10. 아이뉴스24)

이 사건이 알려지자,
민주당 대권주자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 입장에서는 작은 사각지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 문제의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아들의 선처를 촉구하는 탄원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스무 살에 엄마의 엄마가 되니"‥미래 빼앗는 청년 간병
해외 일부 국가 이런 청년들에게 연간 수십만원의 보조금이나 수백만원의 학비를 지원,
우리나라는 이런 돌봄 청년이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통계도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없다.
2021-11-10 MBC뉴스데스크)

아버지를 돌볼 여력이 없는 아들의 선택을 패륜이라고 판단을 한 재판부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입원치료비가 없어 퇴원했고, 본인이 게으른 성격이라 삼촌이 주민 센터 등을 통한 생계지원, 장애지원 등 지원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이 아들은 외동이었다고 하며, 국가의 지원을 받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MBC뉴스의 당사자처럼 재산이 한 푼 없어도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은 이들이 좌절한다고 한다.

외동아들에 게으른 성격이라도,
치료비가 없어 퇴원한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인지했을 병원에서부터 개입해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면,
건강보험 수급자라 치료비 여부와 연계된 복지가 이 시점부터 필요한 것으로,
연명치료 여부 등 생명윤리에 관한 정책은 이럴 때 작동하라고 있는 것이다.


예측에 실패해 죽음으로 내몰린 강사들과, 복지의 사각지대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돌봄의 의무를 자식에게 강요하는 간병살인 사건 등은, 제도는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국가가 방치한 죽음, 즉 방치란 이름의 국가 살인이다.

법과 제도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로, 의무를 다해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대권은 봉사해야 하는 자리로 군림하려는 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며, 세금으로 방역지원금이니, 재난지원금 50조니 선심 쓰듯 논쟁할 시간 있으면, 사회 구석구석 소외된 우리의 구성원을 더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인성교육연합
조도환 논설위원 smspd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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