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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와 순사(巡査)

2022-04-09(토) 16:29
사진=문화강국을 소원하던 화성 동탄고 운동장의 백범.
[신동아방송=조도환 논설위원] 조정래 작가는 자신의 장편소설 ‘아리랑’에서,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일본 순사들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호랑이는 할머니이야기 속에서 사람을 잡아먹을 뿐이었지만, 순사들은 바로 눈앞에서 아무나 죽이고 두들겨 패고 잡아가고 했던 것이다. 그전에는 ‘호랑이 온다, 호랑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순사 온다, 순사! 순사가 니 잡으러 온다.’로 바뀌었던 것이다.”라며 순사를 공포의 대상으로 표현했다.

드라마 ‘파친코’에서 어시장을 가로지르는 일본도 찬 순사에게, 어시장의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인 일본인 순사들에 대한 크로키는, 일제가 한반도에서 저지른 만행의 극히 일부이나, 그 일부의 만행으로도 조선인들에게는 치를 떨 정도의 치명적 공포가 심어지게 된다.

순사(巡査)는 일제강점기, 치안을 담당하는 낮은 계급의 경찰관을 말하는 것으로, 초기의 순사는 일본인들이었으나, 일제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르기 위해 국가총동원령 선포하면서 조선인도 순사가 되기 시작했다고는 하나,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던 자들이 대부분 악질 순사들이라, 제국주의 국가의 앞잡이가 돼 조선인을 탄압한 조선인 순사를, 국적을 분류하면서까지 이분법으로 나누긴 어렵다.

당시 조선인들에게 순사는, 조선인을 죽이는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잔인했던 헌병 못지않은 증오의 대상이었는데, 공포의 대상이 헌병에서 순사로 바뀌었을 뿐이지 조선인들에 대한 탄압과 수탈은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당시를 관통한 사람들의 증언은, 순사보다는 자신을 속속들이 잘 알면서 순사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조선인과 친일 부역자, 친일파들이 그들에겐 더 견디기 어려운 마귀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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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換節期)를 실감하는 것은, 기약 없는 판데믹 상황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경제와 빠르게 재편되는 국제질서, 그로인한 물가 상승 등으로 도탄에 빠진 서민들 삶은 아랑곳 않고, 새집파티와 권력 나눠먹기가 전리품 챙기듯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일머리 모르는 순사(巡査)가 등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준동하는 앞잡이들과 부역자들이 옥리(獄裏)를 동원해 벌이는 공포 통치는, 시절이 과거로 회귀했음을 알린다.


파친코에 손대도 되냐는 기사에게 ‘모자수’가 말한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도 같이 해야지, 시류에 편승해야지”
...
순사(巡査)가 묵인해 조작된 파친코 기계가,
공정과 상식, 공평과 정의의 잣대가 되서는 안 된다.



조도환 논설위원 smspd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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